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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학습능력 향상시키는 한자교육|

<시론> 학습능력 향상시키는 한자교육

한국교육신문 前 서울일신여중 교장 2014.07.15


얼마 전 서울시교육청에서는 2학기부터 초·중학교에서 한자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학습용어를 중심으로 한자를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교과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현행 교과서에는 개념을 나타내는 어휘들이 상당히 많다. 그 대부분이 한자어로 돼 있다.

수학·과학도 한자어 어휘 많아

국어 교과만이 아니고 수학이나 사회, 과학 등의 교과서에도 중요한 개념을 담은 한자어들이 많다. 예를 들어 수학에서 분수(分數)를 배울 때 진분수‘(眞分數)’, ‘가분수(假分數)’, ‘대분수(帶分數)’의 앞에 붙은 ‘진(眞), 가(假), 대(帶)’자의 뜻을 알고 공부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또, 표준발음을 익힐 때 단음인 ‘의사(醫師)’와 장음인 ‘의:사(義士)’의 차이점도 한자를 보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최근 많은 학생들이 6․25 전쟁을 ‘북침’이라고 한 것도 한문 문장의 구조를 잘못 이해한 데서 발생한 문제인 부분도 있다.

그간의 우리 한자교육은 정권 차원이나 교육당국의 방침에 따라 몇 차례의 굴곡을 겪어왔다. 한자를 병기(倂記)한 국어 교과서로 공부하던 때가 있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시기도 있었다. 그래서 세대가 한문을 배운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로 나뉘기도 한다.

현행 교육과정을 보면 초등학교에서는 한자수업이 정규과목으로 편성돼 있지 않다. 연간 68시간의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이나 방과후 학교 시간을 이용해 학교장 재량으로 한자공부를 하는 정도다. 그러니 실제 서울시내 초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을 하는 학교는 그리 많지 않다. 중·고교에서는 선택과목으로 한문을 이수하고 있다. 그런데 그마저도 한 학년 정도에 그치고 있으며 상급학교 입시와 관련이 적다 보니 형식적인 수업이 되고 있다. 그 결과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익숙한 ‘온라인 세대’들에게 한자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까다로운 글자로만 인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많은 단체들이 서울시교육청의 한자교육 강화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다시 ‘한글전용’과 ‘국한문혼용’의 학술적 논쟁이 벌어진 듯하다. 그러나 이번 서울시교육청의 한자교육 강화는 이와 같은 어문정책상의 이념적 논쟁으로까지 번질 필요는 없다. 국어를 비롯한 각 교과서에 한자어가 많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각 단원의 기초개념을 함축한 어휘들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어느 정도의 한자 지식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니 한자 공부를 강조한다기보다는 교과학습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과정인 셈이다.

교사들은 수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운 개념어를 학생들에게 이해시킬 때 어려움을 많이 느끼고 어휘를 설명하는데 수업의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학생들이 한자를 다 쓰지는 못하더라도 읽을 수 있고 뜻을 알 수 있다면 학습용어를 이해하는데 보탬이 될 것이다. 각 교과의 주요 어휘들을 직접 한자로 풀이할 수 있다면 학습능력도 향상될 것이다. 특히 동음이의어나 장단음 구별이 애매한 경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추상적인 한자어를 우리말로 다듬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연히 ‘우리 글’은 자랑스러운 ‘한글’이다. ‘한자’를 대한민국의 문자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이 한자문화권 안에서 살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한자어가 국어어휘에 상당수 포함돼 있게 된 것이고. 이를 부정하기보다는 소리글자인 한글과 뜻글자인 한자가 언어적인 조합을 이룬 것으로 바라볼 수도 있겠다. 한글과 한자는 우리 국어를 움직이는 ‘수레의 두 바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두 문자의 장점을 살린 어문교육의 바탕 위에서 찬란한 민족문화도 꽃피울 수 있을 것이다.

언어순화를 통한 인성교육 효과도

게다가 한자교육은 단순히 학습능력 향상에만 그 효과가 그치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의 언어사용 실태를 보면 우리말이 훼손되는 정도가 아니라 파괴되고 있다. 국적 불명의 외래어가 난무하고, 인터넷에 떠도는 은어와 비속어들이 청소년들의 정신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 말이 곧 인격인데 그 언어가 너무나 거칠고 황량하다. 이렇듯 언어순화를 통한 인성교육이 절실한 상황에서 학부모들은 한자교육을 통해 언어순화와 인성교육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아무튼 이번 서울시교육청의 한자교육 추진이 교육적으로 좋은 결실을 맺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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