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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暗殺)이 암(癌)으로 죽는 것?… 不通사회 만드는 한자 문맹 조선일보 2014.01.01|

 

암살(暗殺)이 암(癌)으로 죽는 것?… 不通사회 만드는 한자 문맹
조선일보 2014.01.01


[1] 漢字에 캄캄한 대한민국

한글 專用化 44년, 우리 사회는?

서울시민 절반, 자녀 이름 한자 못써
"어휘의 뜻 모르니 의미도 안 통해… 이대로 두면 지식의 확장 불가능"

서울시민 중 자녀의 한자 이름을 제대로 못 쓰는 비율.
1970년 ‘한글 전용화(專用化) 정책’이 이뤄진 지 44년, 이제 초등학교에서 한자(漢字)를 배우지 않은 세대가 50대 나이에 접어들었다. 20~30대는 물론 40대까지도 한자와 친숙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는 뜻이다.

서울에 사는 성인 남녀의 47.8%가 자녀의 한자 이름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한편, 이 문제점을 절감하고 초등학교 한자 교육에 찬성하는 학부모는 89.1%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기초적 한자의 뜻을 모르니 의미가 통하지 않는 불통(不通) 현상이 일어나고, ‘한자를 몰라 지식 확장이 봉쇄된다’는 심각한 문제 제기도 있다. ‘한자 문맹(文盲)’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하면 측정 불가능한 사회적 손실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분은 암(癌)에 걸려 돌아가신 거예요?"

서울의 이른바 '명문대' 교수인 A씨는 최근 한 학생과 대화를 하다 깜짝 놀랐다. '김구 선생이 암살로 돌아가셨다'고 했더니 학생이 이렇게 되물었던 것이다. '암살(暗殺)'이란 단어의 한자(漢字)를 모르니 '몰래 사람을 죽인다'는 뜻도 알지 못했던 것. A교수는 "한글 세대의 비극이 이제 갈 데까지 갔다는 생각이 들어 섬뜩했다"고 털어놨다.

◇이름도 전공도 한자로 못 쓴다

한글 전용(專用) 정책으로 한자가 교과서에서 빠진 지 44년, 이제 한자는 젊은 세대의 기피 대상을 넘어서서 '외계어(外界語)'나 '특수 문자' 취급을 받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선 한자를 입력하는 자판조차 사라졌고, 한글로만 적다 보니 잘못 쓰기 시작한 단어가 맞는 표기로 '정착'된 경우도 많다.

대학교수 B씨는 얼마 전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면서 "되도록 한자를 많이 쓰라"고 했다. 표지에 자기 과(科)를 쓰면서 '行正學科(行政學科의 오류)' '火學科(化學科의 오류)'라고 써서 제출한 것이다. "도대체 자기 전공 과에서 무엇을 배우는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얘기다. 다른 대학의 중문과 C교수는 "대학 4학년이 돼도 '大韓民國(대한민국)'을 '大朝民回(대조민회)'라고 쓰는 형편"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D교수는 "한 제자가 서류를 떼러 동사무소에 갔는데 직원이 '지장도 괜찮다'고 하니 '지장도 안 가져왔는데요'라고 했다더라"고 했다. '지장(指章)'이 손가락 도장이라는 것을 모른 탓에 생긴 일이었다. '여관(旅館)'을 '여자들이 자는 집'으로 알고, '카드 결제(決濟)'를 '카드 결재'로 쓰는가 하면, '조인식(調印式)'의 '조인'을 영어 'join'인 것으로 이해한다는 하소연도 있다. 성균관대 이명학 교수의 2007년 조사 결과, 대학 신입생의 20.3%가 자기 이름을 한자로 쓰지 못했다.

 


 


[한자 문맹(漢字文盲) 벗어나자] 암살(暗殺)이 암(癌)으로 죽는 것?… 不通사회 만드는 한자 문맹 /그래픽=이철원 기자

 

대학원생도 예외는 아니다. E교수는 "조교에게 도서관에 가서 '국어학 개론'을 찾아오라고 시켰더니 빈손으로 돌아온 적이 있다"고 말했다. 개가식 도서관에서 서가를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책이 없었다는 것이다. D교수는 "'國語學 槪論'이라 쓰인 제목을 읽지 못해서 그랬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고 했다.

◇"도서관 자료 90%가 사장될 것"

'한자 문맹(文盲)'은 '지식의 확장'을 불가능하도록 봉쇄한다는 점에서 가장 문제가 크다. 전광진 성균관대 중문과 교수는 "국어 어휘의 70%, 학술 용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한자인데, 그걸 가르치지 않는 것은 지름길을 놔 두고 돌아가는 격"이라고 말했다. 수학의 경우 '타원(楕圓)'이 '길쭉한 동그라미' '이등변(二等邊)'이 '두 변의 길이가 같다'는 뜻이라는 걸 알면 단어에서부터 개념을 파악하고 들어가는 셈이라는 것이다.

'도서관의 퇴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진태하 인제대 석좌교수는 "한자가 많이 쓰인 1980년대 이전 책을 대학생이 전혀 읽지 못한다는 것은, 전국 대학 도서관에 소장된 자료 중 90% 이상이 그대로 사장(死藏)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진 교수는 "정치권과 교육 당국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우선 최소한의 한자 교육부터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글·한자 병행 교육, 知力 높여"[1] 漢字에 캄캄한 대한민국

"한글·한자 병행 교육, 知力 높여"

 

  

.par:after{display:block; clear:both; content:"";} 광복 이후 한글 교육이 우리나라의 문맹률(비문해율·非文解率)을 크게 떨어뜨린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1945년 광복 당시 문맹률은 77.8%나 됐다. 그러나 1950년대 정부가 대대적 문맹 퇴치 운동을 벌이면서 문맹률은 1966년 8.9%, 1970년 7%로 급격히 떨어졌다. 가장 최근의 조사인 2008년 성인 기초 문해력(文解力·글 해독 능력) 조사에서 비문해율은 1.7%로 나타났다.

많은 전문가는 "한국이 짧은 시간 안에 우수한 인력을 교육해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한글의 힘이 컸다"고 말한다. '총, 균, 쇠'로 유명한 재러드 다이아몬드 미국 UCLA 교수는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표음문자와 표의문자의 장점만 합쳐 놓았고 ▲각 음절 단위로 분리돼 있어 시각적으로 인지하기가 편하며 ▲모음과 자음 모양이 달라 순식간에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글 교육이 이뤄놓은 '1%대 문맹률'이 곧바로 독해 능력과 연결된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2008년 조사에서 낱글자나 단어는 읽을 수 있으나 문장 이해 능력은 거의 없는 반(半)문해자가 5.3%나 됐던 것이다. 문해자 중 직접 드러나지 않은 내용도 추론할 수 있는 사람은 35.1%에 그쳤다. 이 때문에 많은 전문가는 "한글은 사랑하면서 한자의 뜻도 깨우치는 교육을 병행해 지력(知力)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미디어 종사자들 誤記도 심각[1] 漢字에 캄캄한 대한민국

미디어 종사자들 誤記도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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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틀리는 한자어.
인터넷 '네이버 뉴스'에서 '환골탈퇴'를 검색하면 무려 1000건이 넘는 기사가 뜬다. 한 경제 뉴스 기사는 "뼈를 깎는 자기반성으로 조직 쇄신을 단행하면서 환골탈퇴(換骨脫退)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라며 한자까지 집어넣었고, 한 방송은 기사 제목에 "소외주가 대박주로 환골탈퇴… 이것이 상승 신호"라고 썼다. 모두 '뼈[骨]를 바꾸고[換] 모태[胎]를 빼앗는다[奪], 즉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는 뜻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잘못 쓴 것이다. 한자어의 뜻을 알지 못한 채 발음만으로 유추해서 쓴 결과다.

'한자 문맹'의 현상은 학생과 일반인을 넘어서 '글로 먹고 사는' 미디어 종사자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야반도주(夜半逃走·남의 눈을 피해 한밤중에 도망감)'를 '야밤도주'로, '이역만리(異域萬里·다른 나라의 아주 먼 곳)'를 '2억만리'로, '성대모사(聲帶模寫·자기 목소리로 다른 사람의 목소리나 동물의 소리를 흉내내는 일)'를 '성대묘사'로 엉뚱하게 쓰는 사례도 상당히 많이 검색된다.

간단한 한자어를 잘못 쓰는 사례도 많다. '유례(類例)없는'을 '유래 없는'으로, '막역(莫逆)한 사이'를 '막연한 사이'로 쓰는 경우가 자주 보인다. '마침내' '결국'이란 뜻의 '필경(畢竟)'을 '필시' '아마도'의 뜻으로 쓰거나, '적을 속이기 위해 주된 공격 방향과는 다른 쪽에서 공격하는 일'이라는 의미인 '양동(陽動)'을 '양쪽에서 동시에 공격한다'는 의미로 잘못 쓰기도 한다. 남성을 소개하며 "하버드대를 나온 재원"이라고 표기한 사례도 있는데, '재원(才媛)'이란 '재주가 뛰어난 젊은 여성'을 뜻하는 말이다.

잘 눈에 띄지 않는 오자도 많다. '승승장구(乘勝長驅)'를 '승승장구(勝勝長驅)'로, '칠전팔기(七顚八起)'를 '칠전팔기(七轉八起)'로, '건강보험(健康保險)'을 '건강보험(建康保險)'으로 잘못 쓰는 사례다.

종합일간지의 한 기자는 "고참기자와 신입 기자의 경우 한자어에 대한 이해도가 엄청나게 차이난다. 많은 신입 기자에게 한자어는 뜻은 없이 '음가'만 존재하는 말"이라고 말했다.

김언종 고려대 교수는 "한자를 잘 모르는 세대가 사회의 중추가 된 이후 언론사까지도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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