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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일반[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6) ‘한글’|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6) ‘한글’ 종합토론
경향신문 박민관  한국연구재단 인문학대중화 사무국 팀장 2014.06.29



ㆍ“한글 전용이 추세지만, 문화유산 이해하려면 한자교육도 필요”

‘한글’을 주제로 지난 3주간 진행된 홍윤표 국립한글박물관 개관위원장의 석학인문강좌를 마무리하는 토론이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민회관에서 진행됐다. 노재현 중앙북스 대표이사의 사회로 박진호 서울대 교수와 정재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가 참여한 토론회에서는 한글의 과학성과 한글문화, 그리고 한글과 관련된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깊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민회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에서 노재현 중앙북스 대표이사, 홍윤표 국립한글박물관 개관위원장, 박진호 서울대 교수, 정재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왼쪽부터)가 한글을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l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 한글 모양이 사각형이라고 제자 방식 한자와 연관은 곤란
훈민정음, 어떤 문자와도 달라… 대한민국 공식 문자는 한글
‘Hi 서울’ ’Dynamic 부산’ 등 지자체 구호들 말 안돼


정재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 = 토론회에 앞서 지난 3주간 좋은 강연을 해주신 홍윤표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홍 선생님은 국어학을 전공했지만 다른 전공자들과 자유롭게 소통했습니다. 서예 분야뿐 아니라 한글 글꼴 개발, 국어 정보화 분야에는 주목할 만한 자취를 남겼습니다. 특히 국립한글박물관 개관위원장을 맡아 한글박물관 건립·개관에 기여한 공로는 기억되어야 합니다.

홍윤표 국립한글박물관 개관위원장 = 고맙습니다.

박진호 서울대 교수 = 질문드리겠습니다. 고대로 올라갈수록 언어학 자료가 부족한데, 점토구결(口訣)이나 자토구결이 사용된 시기를 8세기에서 14세기까지로 밝히신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홍윤표 = 아주 오래전부터 구결을 사용했겠지만, 대개 10~11세기 이후부터라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정재영 선생님이 일본에서 740년쯤 필사된 것으로 보이는 도다이지(東大寺) 소장 백지묵서 화엄경에 각필로 된 석독구결 자료가 있음을 학계에 보고해 시기를 8세기까지 올려 잡은 것입니다. 이 자료에는 성조 표시와 한자음 표시 또는 그 새김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직접 발견하신 정 선생님이 소개해 주시지요.

정재영 =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에는 자료가 많지 않고, 조사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런데 일본의 사경(寫經) 중에는 신라에서 만들어진 것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중 몇 편을 조사했는데, ‘말씀 언(言)’ 옆에 ‘아뢸 백(白)’이 새겨져 있는 등의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물론 설총이나 의상 시대에도 한문을 읽고 사용했으니까, 자료가 발견된다면 740년보다 올라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 논란 끊이지 않는 한글 제자원리

박진호 = 한글의 제자원리는 아직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만, 모음 글자는 천지인 삼재(三才)에서 나왔다는 것이 지금 학계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는 설입니다. 아래아(ㆍ)는 하늘의 둥근 모양, 으(ㅡ)는 땅의 평평한 모양, 이(ㅣ)는 사람이 꼿꼿이 선 모양이라는 것이지요. 선생님께서는 발음기관의 모습을 본뜬 것이라는 독창적인 견해를 제시하셨는데, 특히 이(ㅣ) 모음의 경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홍윤표 = 모음 글자를 만들 때 천지인 삼재를 본떴다고 하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자음자와 동일한 기준(상형)으로 설명하려 한 것입니다. 특히 천지인 삼재를 너무 중시하다 보니 마찬가지로 자음도 오행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주장에 너무 경도되어 있는 것을 보고, 모음도 상형으로 설명할 가능성을 찾은 것입니다. 물론 이(ㅣ)를 설명하기 어렵기는 하지만, 앞으로 더 논의를 해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진호 = 선생님의 말씀처럼 동양철학에 경도된 음양오행, 천지인 삼재설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는 과학적인 측면, 음성학적인 측면도 균형 있게 살펴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훈민정음 해례본에 음성학적인 측면뿐 아니라 철학적인 측면도 자세히 서술되어 있는 것은 우리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글의 글자가 옛날의 전서체와 비슷하다는 ‘자방고전(字倣古篆)’에 대해 학계에서는 한글 글자의 모양새가 사각형인 것이 전서(篆書)와 비슷하다는 해석이 많이 있어 왔습니다.

홍윤표 = 그것이 일반적인 해석이었습니다만, 한자가 대체로 네모난 서체여서 네모나다는 것에만 특징을 잡아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당시 유행한 문자론의 대표인 정초(鄭樵)의 <육서략(六書略)>는 문자를 만드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전서를 만드는 방법이 20여가지나 나옵니다. 그중에 훈민정음을 만드는 방식과 상통하는 것이 많아 강연에서 자세히 설명을 드렸습니다. 자방고전이라는 말은 앞으로 그렇게 해석되어야 합니다.

정재영 = 훈민정음은 세계문자사에서 보면 특이한 존재입니다. 만든 사람뿐만 아니라 제작 방법과 제작 시기 등이 기록으로 잘 남아 있는 자료로, 훈민정음 해례본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한글은 주변의 거란문자(920년대)나 여진문자(12세기 초), 몽골의 파스파문자(1265년)보다 늦은 1443년에 만들어졌는데, 구결이나 이두, 향찰 등 차자표기법(借字表記法)이 발달해 필요성을 못 느낀 것이 아닐까요?

홍윤표 = 그럴 수도 있지만 확답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세종이 차자표기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한글창제에 적극적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사실 차자표기법 자체도 방법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종대왕은 왕이기 이전에 학자여서, 주변 국가들의 문자에 대해 다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모방했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외국 학자들은 세종이 파스파문자를 알았고,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한글은 지금까지 어떤 문자와도 다른 독특한 문자입니다.

■ 한글박물관은 역사 속에서 한글 조명

정재영 = 한글과 관련된 문자생활사 또는 언어생활사의 여러 단면들을 보여주셨습니다만, 올 한글날에 개관하는 국립한글박물관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주시지요.

홍윤표 = 지금까지 한글 전시회는 문헌 위주였습니다. 그것을 주관하는 사람들이 국어학자나 국학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글박물관은 한글문헌관도, 한글도서관도 아닙니다. 문헌 이외에 다양한 한글 유물들을 전시해 한글을 문화나 역사 속에서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날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에서는 한글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청중석에서도 많은 질문이 제기됐다. 그 가운데 몇 가지를 선별해 답변과 함께 소개한다.

청중질문 = 최만리는 무슨 이유로 한글창제에 반론을 제기했습니까?

홍윤표 = 한글날만 되면 최만리는 대역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다시 생각해봅니다. “오늘날의 최만리는 없는가?”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사람이 있을 뿐만 아니라, 거리의 간판도 다 알파벳으로 도배를 해놓았습니다. 사실 이런 사람들이 오늘날의 최만리일 것입니다. 물론 최만리의 주장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는 상소에서 “한자를 버리면 선현지문(先賢之文), 즉 우리 조상들이 남긴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일리가 있는 주장입니다.

■ 공공기관 외래어 이름 한글로 바꿔야

청중질문 = 한글학자이자 어문학자로서 한글전용정책과 국한문혼용정책의 문제에 대해 설명해주십시오.

홍윤표 = 한글과 한자를 함께 써 왔던 방식의 흐름을 살펴보면, 초기에는 ① “飛비行행機기가 떴다”라고 쓰다가, ② “飛行機가 떴다”는 방식으로 변화되고 혼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다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③ “비행기가 떴다”로 썼고, 심지어 한자뿐만 아니라 한자어도 없애자는 주장에 따라 ④ “날틀이 떴다”라고까지 쓰고 있습니다. ①과 ②가 국한혼용론자가 주장하는 예이고, ③과 ④가 한글전용론자들이 주장하는 예입니다. “비행기(飛行機)가 떴다”는 방식은 국한혼용이 아니라 ‘국한병용’입니다.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과 ‘국어기본법 제14조’에서 한글로 쓰되 당분간 한자를 병용할 수 있게 한 것은 어찌 보면 중용을 택한 것입니다. 한글전용은 추세이지만, 당분간은 괄호 안에 한자를 쓰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대신 우리가 강조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영어나 중국어, 일본어는 그렇게 배우고 가르치면서 한자는 왜 유독 가르치지 않는가입니다. 우리의 많은 유산들이 한자·한문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려면 전반적인 한자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청중질문 = 주시경 선생님은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리나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한글의 세계화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홍윤표 = 무엇보다 프랑스처럼 헌법에 ‘대한민국의 공식 언어는 한국어이며, 공식 문자는 한글이다’란 조문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Hi 서울’ ‘Dynamic 부산’ 등 지방자치단체의 구호는 말이 안됩니다. KT&G, Korail, LH 등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이름도 우리말로 바꿔야 합니다. 또한 삼성과 현대 등 기업명을 한글로도 적어주어야 외국인들이 한글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터넷 언어를 정비해 약호를 제정할 필요성도 있습니다. 옥스퍼드 영어대사전이나 독일의 그림사전과 같은 종합국어대사전도 편찬되어야 합니다.   


<주최 l 교육부·주관 l 한국연구재단>


▲ 홍윤표 국립한글박물관 개관위원장 : 서울대 국문학과와 석·박사 과정(국어학 전공)을 수료한 후 연세대 교수를 지냈다. 국어학회 회장, 한국어학회 회장, 국어사학회 회장, 한국사전학회 회장, 한국어전산학회 회장, 겨레말큰사전 남측편찬위원장을 역임했다. 동숭학술연구상, 세종학술상, 일석 국어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글이야기 1, 2> <살아있는 우리말의 역사> <17세기 국어사전>(공저), <한국어와 정보화>(공편), <조선후기 한자어휘 검색사전>(공편)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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